연봉 8,000만원인 사람과 2억원인 사람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같습니다. 국민연금에는 부과 기준의 상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에는 없는 이 구조가 왜 존재하는지, 상한에 도달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합니다.
기준소득월액이란
국민연금 보험료는 급여에 직접 요율을 곱하지 않습니다. 먼저 월 소득에서 1,000원 미만을 절사해 기준소득월액을 정하고, 여기에 상한과 하한을 적용한 뒤 요율을 곱합니다.
- 하한 41만원 — 소득이 이보다 적어도 41만원 기준으로 부과
- 상한 659만원 — 소득이 이보다 많아도 659만원 기준으로 부과
- 적용 기간: 2026년 7월 ~ 2027년 6월
따라서 근로자 부담 보험료의 최대치는 659만원 × 4.75% = 313,020원입니다. 월 보수가 700만원이든 2,000만원이든 이 금액에서 멈춥니다.
소득이 늘어도 보험료가 멈추는 지점
| 월 과세 급여 | 기준소득월액 | 근로자 보험료 | 소득 대비 비율 |
|---|---|---|---|
| 300만원 | 300만원 | 142,500원 | 4.75% |
| 500만원 | 500만원 | 237,500원 | 4.75% |
| 659만원 | 659만원 | 313,020원 | 4.75% |
| 800만원 | 659만원 (상한) | 313,020원 | 3.91% |
| 1,500만원 | 659만원 (상한) | 313,020원 | 2.09% |
상한을 넘어서면 실질 부담률이 계속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고소득 구간에서는 실수령률 하락 속도가 다소 완만해집니다.
상한은 연금 수령액도 함께 묶는다
보험료가 멈춘다는 것은 얼핏 이득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받을 연금도 같이 멈춘다는 뜻입니다. 국민연금의 기본연금액은 두 값을 더해 계산합니다.
- A값 — 연금 수급 직전 3년간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 개인 소득과 무관한 공통 부분이며,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합니다.
- B값 — 본인이 가입 기간 내내 낸 기준소득월액의 평균. 개인의 소득에 비례하는 부분입니다.
상한이 묶는 것은 이 가운데 B값입니다. 월 보수가 1,500만원이어도 B값에는 659만원까지만 반영되므로, 연금액은 월 659만원을 받는 사람과 같아집니다. 여기에 A값이 더해지는 구조라 고소득자일수록 ‘낸 돈 대비’ 수익비는 낮아지고, 대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이 구조적으로 떨어집니다.
앞의 표에서 월 1,500만원 소득자의 실질 보험료율이 2.09%였던 것처럼, 이 사람이 국민연금 하나로 채울 수 있는 노후 소득의 비중도 그만큼 작습니다. 상한 도달자에게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의 ‘전부’가 아니라 ‘바닥’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상한액은 매년 오른다
상한과 하한은 고정값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가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 변동률을 반영해 매년 고시하며, 1월이 아니라 7월에 바뀌어 이듬해 6월까지 적용됩니다. 연초에 요율만 확인하고 넘어가면 7월에 보험료가 또 오른 것을 뒤늦게 발견하게 됩니다.
| 적용 기간 | 하한 | 상한 |
|---|---|---|
| 2024.7 ~ 2025.6 | 39만원 | 617만원 |
| 2025.7 ~ 2026.6 | 40만원 | 637만원 |
| 2026.7 ~ 2027.6 | 41만원 | 659만원 |
이미 상한에 도달해 있는 사람은 요율이 그대로여도 상한이 오르는 것만으로 보험료가 늘어납니다. 617만원에서 637만원으로 오를 때 월 9,000원, 637만원에서 659만원으로 오를 때 다시 부담이 늘었습니다. 상한 도달자에게는 상한 인상이 사실상 매년 반복되는 소폭 인상입니다.
2033년까지 예정된 요율 인상
여기에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보험료율 자체가 오릅니다. 9%였던 요율이 2026년부터 매년 0.5%p씩 8년에 걸쳐 13%까지 인상되는 일정입니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는 그대로이므로 근로자 부담은 4.5%에서 6.5%로 올라갑니다.
| 연도 | 합산 요율 | 근로자 부담 | 상한 도달자 월 보험료 |
|---|---|---|---|
| 2025년 | 9.0% | 4.5% | 286,650원 |
| 2026년 | 9.5% | 4.75% | 313,020원 |
| 2027년 | 10.0% | 5.0% | 329,500원 |
| 2030년 | 11.5% | 5.75% | 378,920원 |
| 2033년 | 13.0% | 6.5% | 428,350원 |
2025년 행은 당시 상한 637만원, 2026년 행은 현행 659만원으로 계산한 실제 값이고, 2027년 이후는 상한이 659만원에 머문다고 가정한 값입니다. 실제로는 상한도 매년 오르므로 부담은 이보다 커집니다. 요율 인상과 상한 인상이 겹치는 상한 도달자 구간에서 체감 폭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다만 이 개정에는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어, 부담만 늘고 급여는 그대로인 구조는 아닙니다.
상한이 있는 이유
국민연금은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연금의 성격과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를 지원하는’ 소득재분배 성격을 함께 갖습니다. 상한이 없으면 고소득자의 보험료가 무한정 늘고 그에 비례해 연금 지급액도 늘어나 제도의 재분배 기능이 약해집니다. 반대로 하한이 없으면 소득이 매우 적은 가입자의 연금액이 지나치게 낮아집니다. 상·하한은 이 두 성격의 균형을 맞추는 장치입니다.
상한 도달자가 챙겨야 할 것
월 보수가 659만원을 넘는다면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의 상당 부분을 채우기 어렵습니다. 소득대체율이 구조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 퇴직연금(DC) 추가 납입 — 회사 부담금과 별도로 본인이 추가 납입하면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연금저축·IRP — 총급여 5,500만원 초과자는 납입액의 12%를 세액공제 받습니다. 900만원 한도를 채우면 연 108만원의 세금이 줄어듭니다.
- 국민연금 임의계속가입·추납 검토 — 가입 기간이 짧다면 수령액에 영향이 크므로 공단 상담을 받아볼 만합니다.
건강보험과의 차이
건강보험에는 이런 상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보수월액 상한이 존재하긴 하나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어 대부분의 근로자는 소득에 정비례해 보험료를 냅니다. 건강보험은 납부액과 무관하게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완전한 사회연대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4대보험이라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철학이 다르다는 점이 상한 유무에서 드러납니다.